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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녕의 용반산龍蟠山, 소주의 등위산鄧尉山, 항주의 서계西谿에서는 모두 매화가 난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매화는 굽어야 아름답지, 곧으면 자태가 없다. 비스듬해야 멋있지, 바르면 볼맛이 없다. 가지가 성글어야 예쁘지, 촘촘하면 볼품이 없다."
맞는 말이다. 이것은 문인文人과 화사畫士가 마음속으로는 그 뜻을 알지만, 드러내놓고 크게 외칠 수는 없는 것인데, 이것으로 천하의 매화를 구속해버린다. 또 천하의 백성으로 하여금 직접 곧은 줄기를 찍어내고, 촘촘한 가지를 제거하며, 바른 줄기를 김매서 매화를 요절하게 하고, 매화를 병들게 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 돈을 벌게 할 수는 없다.
매화를 기우숙하게 하고, 성글게 하며, 굽게 만드는 것은 또 돈벌이나 하려고 하는 어리석은 백성들이 능히 그 지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인과 화사의 고상한 벽은 가만히 감추고서 매화 파는 자에게 분명하게 알려주어 바른 가지를 찍어내서 곁가지를 길러주며, 촘촘한 것은 솎아내어 어린 가지를 죽이고, 곧은 것은 김매서 생기를 막아버린다. 이것으로 비싼 값을 받으니, 강절江浙땅의 매화는 모두 병신이 되고 말았다. 문인과 화사의 매운 재앙이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내가 매화 화분 300개를 구입했는데, 모두 병신으로 하나도 온전한 것이 없었다. 그렇게 사흘을 울고 나서 이를 치료해주겠다고 맹세했다. 놓아주어 제멋대로 자라게 하려고 그 화분을 부숴 모두 땅에다 묻고, 옭아맨 노끈과 철사를 풀어주었다. 5년으로 기한을 삼아 반드시 온전하게 회복시켜주려고 한다.
나는 본래 문인도 화사도 아니다. 달게 욕먹을 각오를 하고 병을 열어 이를 기르겠다. 아아! 어찌해야 내게 한가한 날이 많고, 노는 땅이 많게 하여, 강녕과 항주와 소주의 병든 매화를 널리 기르면서 내 인생의 남은 세월을 다해 매화를 치료해볼까?
江寧之龍蟠,蘇州之鄧尉,杭州之西谿,皆產梅,或曰:“梅以曲為美,直則無姿; 以欹爲美, 正則無景; 梅以疏爲美,密則無態” 固也. 此文人畫士心知其意, 未可明詔大號, 以繩天下之梅也; 又不可以使天下之民,斫直·删密 · 鋤正,以歼梅病梅爲業以求錢也. 梅之欹·之疏·之曲,又非蠢蠢求錢之民, 能以其智力爲也. 有以文人畫士孤癖之隱, 明告鬻梅者, 斫其正, 養其旁條; 删其密, 殀其稚枝; 鋤其直, 遏其生氣, 以求重價,而江浙之梅皆病. 文人畫士之禍之烈, 至此哉! 予購三百盆,皆病者,無一完者,既泣之三日,乃誓療之,縱之順之,毀其盆, 悉埋于地, 解其椶縛; 以五年為期,必復之全之. 予本非文人畫士,甘受詬厲,闢病梅之館以貯之. 嗚乎! 安得使予多暇日, 又多閒田, 以廣貯江寧杭州蘇州之病梅, 窮予生之光陰, 以療梅也哉?
- [病悔館記] 龔自珍
멀쩡한 매화를 분매로 꾸며 생가지를 끊고, 곧은 줄기를 찍어낸다. 일부러 늙은 태를 내려고 철사로 옥조여 비틀고 구부린다. 겨우 숨 하나붙어 고졸한 맛을 내지만 생기는 하나도 없는 병신들이다. 공자진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얼까?
지난 학기 고전명문 감상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이 글을 함께 읽었다. 강독을 다 마치고 나서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이 병신 매화는 바로 너희다. 하고 싶은 일 하려 들면 잘라버리고 솎아내버린다. 값비싼 상품이 되려면 온전히 제 성질대로는 안 된다. 정작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생각지 않고, 돈많이 벌고, 남들이 하고 싶어 하고 되고 싶어 하는 것만 쫓아다닌다. 나는 너희가 화분을 깨고 두 팔 쭉쭉 뻗으며 자라고 싶은 대로 자라는 젊은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글을 함께 읽었다.'
매화 이야기인 줄로만 알고 듣다가 다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 ,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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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출구 없는 방’(1944)의 대사를 통해 “지옥, 그것은 타인들이다.(L‘enfer, c’est les autres.)”라고 처음 말한 사르트르는 이 말이 “늘 오해되어 왔다”고 했다. “타인과의 관계는 언제나 해가 되고 지옥처럼 된다는 뜻이라고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내가 말하고자 한 건 좀 다르다”고 했다. 이 연극에 대한 1965년 강연에서 그가 한 말이다.
“우리는 타인들이 우리를 판단하는 잣대로 우리 자신을 판단한다. (중략)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옥에서 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타인들의 판단과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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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는 누군가에게 팔아야 할 물건들이 아니다. 팔고자 하면 자신을 타인의 기호에 맞추어야 한다. 그러면 타인은 곧 나를 구속하는 지옥이 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기 위해 자신을 물건으로 내놓는가.
남에게 속지 마라.
그러려면 나의 구함에 속지마라.
이대로 지금이 예쁘다.
이 시대는 장사하는 법만을 배우려 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배우려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