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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벌써 뜻이 있어 집을 나간다고 한 지도 12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그간 집에 연락도 않고 찾아가지도 않고 공부한다는 이유로 어머니 마음만 까맣게 태웠네요.
"그동안 못다한 시간 같이 나누라고 이런 시간이 주어지나보다"라고 하셨지만, 저는 "어머니가 자식 정때라고 그런거"라고 했지요.
어찌보면 이렇게 십여년이 지나 만나서까지 어머니께 씻어달라 두 발을 내미는 제가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정이 떨어질만도 하지요? ㅅ ㅅ
세월이 지나 봄 오고 여름오고 가을와서 겨울이 오듯 언제나 옷을 갈아입고 변해가는것, 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것이 이 세상입니다. 그런데 가진것없이 매마른 땅은 변함이 없이 그 자리를 떠나는 법이 없지요.
땅은 메마른 곳에서 씨앗을 품어 꽃을 피워내기도 하지만, 떨어지는 꽃 마저도 받아들입니다. 봄의 푸르름도, 겨울의 매마름도 그대로 다 받아줍니다.
자식을 품어서 서른이 넘도록 잘 키워주셔서 삶에 지친 이들에게 마음으로 안아줄수 있는 스님으로 만들어 주셨지만, 그 아들이 또 스님의 길에서 넘어져 오래 일어나지 못할 때에도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저를 다 받아주십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잘나고 못나고가 없이 그저 한 자식일 뿐이라는 걸 이제 압니다.
꽃이 피어도 땅의 자식, 꽃이 져도 땅의 자식이라는 걸.
저도 어머니의 마음처럼 저 자신을 받아들이려합니다.
나를 원망하지도않고 남을 원망하지도 않고 넘어지면 말 없이 다시 일어나 다시 걸어갈겁니다.
많은 중생을 구제하는 스님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용기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삶이 주는 어떤것도, 내게 일어나는 어떤 마음도 다 받아들이는 용기를 잃지않으려구요.
내게 오는 모든 계절을 다 이겨내는 땅이 되려구요. 어머니처럼요.
땅에서 단 몇초도 벗어날수 없듯, 제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다해도 언제나 어머니의 사랑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걸 압니다.
제가 아무리 멀이 산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가있어도 언제나 땅을 밟지않은적이 없듯이 어머니는 제가 어디에 있건 언제나 저에게 소홀하거나 사랑이 부족했던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다는 걸 압니다.
어머니 제가 가장 서툴고 어려운 말이 왜 이 말일까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 2016년 4월 12일 오전 8시 35분에
내가 이런 글을 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