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그릇

모든 것이 그 때 그 자리에 놓이면 미美아닌 것이 없다. — 방망이 깎던 노인.

나만 좋은 삶을 살면 자신에게 갇히고, 남에게 보여주는 삶을 살면 타인에게 갇힌다. 양쪽 균형을 맞추며 줄타기를 잘 하는 법은, 양쪽으로 두 팔을 뻗되 자신의 중심에 마음을 두는 것. 그 중심은 어디인가? 스스로 깨어있는 곳, 깨어있는 때.

신심信心의 불꽃 꺼질락 말락 꺼질락 말락 할지라도, 저 멀리 오두막 간간히 깜빡이는 긴 호롱불 보고서, 손에 든 꺼진불 다시본다. “꺼진불 다시보자.”

어느 교수가 아프리카에 만병통치약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으로 가 삼년여 기간동안 어렵게 어렵게 수소문 하고 연구한 끝에 드디어 약초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뛸듯이 기뻐서 그 약초를 잘 보관해서 우리나라 심어서 많은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해주리라 마음먹고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 마침내 한국이 도착해서 집에 짐을 풀고 그 약초를 심으려 가장 먼저 자기집 마당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믿을 수 없었다. 마당으로 내딛는 계단 틈사이로 그 풀고 꼭 닮은 풀이 있는 것. 좀 더 내려가 마당을 둘러보니 온통 그와 꼭 닮은 풀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자기 마당 뿐만 아니라 동네, 동네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뿌리내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바람의 몸] 바람은 몸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무와 잎을 빌어서 흔들면 우리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나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세음보살님은 형상이 없으십니다. 그래서 사람과 그 마음을 빌어서 흔들면 우리는 ‘자비慈悲다’ ‘관세음보살님 같으신 분이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의 나뭇잎들이 흔들려 바람소리가 울리는 소리를 들으면, 내 마음소리를 들으면, 거기에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님이 강림降臨해 계심을 압니다.

病去藥存 其病愈甚 병이 가고 약이 있으면, 그 병이 더욱 심한 것이라. - [서장]

악은 나를 생존하게 하고 선은 우리를 공존하게 한다. - 김성철. 불교학자는 지도 그리는 사람이고, 스님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다. - 김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