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그릇
잡는 것이 놓는 것이다. 화두 혹은 염불로써 한 생각 잡으면 만 가지 망상이 일시에 놓아진다. 놓는 것이 잡는 것이다. ‘방하착하라’, ‘놓아버려라’라는 생각으로써 놓으려는 망상을 더욱 부여잡아 일체 망상이 오히려 대든다. 놓으려면 일시에 놓아버리고,그렇지 못하거든 한 생각 한 생각 놓치지 않고 잡고 가는 것. 밭을 갈 뿐이지,수확은 묻지 않는다. ———한 생각을 보호하여 가지면 만 가지 생각이 놓아지고,수정구슬이 빛을 잃어 투명하면 그 사이로 빛이 모여 사물을 태운다.
가을에 떨어지는 일은 낙옆의 일이고아침에 낙옆을 쓰는 일은 스님의 일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