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그릇
시작과 끝은 동그랗게 이어진 염주와 같아서, 그 처음과 끝이 맞닿아 있다. 염주의 처음을 굴릴 때는 마치 금방이라도 깨달을 것 같지만, 염주의 마지막을 굴릴 때는 오히려 더욱 알 수 없는 마음 뿐이다. 처음과 끝은 맞닿아 있어서 처음이랄 것이 없고 마지믁이랄 것이 없이 염주끈이 끊어질 때까지 오직 굴려갈 뿐이다.
마음바탕에 일어선 부처님이나 중생이나 털끝만한 차이도 없으나, 마음씀에 있어선 하늘과 땅 만큼 천차만별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