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조각
어떤 이가 겨울 끝 강가로 가 얼음을 깨고 조각을 한다. 부처님을 만들기도 하고, 괴물을 만들기도 하고, 지나간 모습들을 조각하기도 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조각해 만들기도 한다. 자신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조각해 내기도 하고, 원망을 조각하기도 하다가… 그러다가 긴 겨울이 다 지나고 어느새 새들 울고 매화도 웃기 시작하는 봄이 와서 얼음은 천천히 녹아내려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렸고, 그리고 다시 그 강으로 흘러들어 본래의 강물과 하나 되어 흐른다. 언젠가 비가 되어 내려올 바다를 향해. 녹아내린 후 나의 조각들, 나의 감정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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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16. 07:41